63동지회 성명서

고 김중배 열사의 영전에 바치는 추도사

63동지회 2024. 3. 17. 13:34

고 김중배 열사의 영전에 바치는 추도사

김중배 형!
1965년 4월 13일,  노도와 같은 한·일협정 비준반대 시위 도중

경찰의 무자비한 곤봉 세례로  21세의 꽃다운 젊음을 접은 채

온 국민의 애도와 오열 속에 봄비 내리는 충북 중원군 향리에 영면하신 지

어언  33년
오늘 여기 살아남은 동지들은 오로지 조국의 자유와 정의를
위하여 불타오르는 정열과 애국심을 가지고 민족과 겨레를
위해 숨져가신 형의 영령 앞에 삼가 머리 숙여 곡하나이다.


남아 한 번 태어난 세상,  두 번 살 리 없음에

한 번 품은 구국의 결심,  두 번 다시 고칠 수는 더욱 없어
참다운 죽음을 향해 한참 피어나는 목숨도
정의 앞에 초개와 같이 던져버리신 형의 숭고한 순국정신!
그 높은 정신을 우리는 어디서 찾아보겠습니까?


항상 과묵하시면서도 무서운 결심을 품은 무언의 실천가이시던 형!
남달리 학업에만 열중하시던 농민의 아들로서,  장차 농촌의

기수가 될 푸른 꿈을 키우며 이광수의 『무정』을 수십 번
독파하시던 형!
학교에서는 존경받는 선배요 가정에서는 7남매의
차남으로,  효자로 동네 사람의 칭찬이 자자하던 형, 
그날  4월 13일 누구보다 민족을 사랑하던 형의

성난 사자같이 포효하며 거리를 내달리던 얼굴.
지금도 우리들의 눈앞에 삼삼히 어른거립니다.
“평화션을 사수하라”,  “한 · 일협정 가조인을 즉시 무효화하라”는
형의 우렁찬 외침소리가 아직도 귀에 쟁쟁합니다.


이제 무업게 다문 입,  단아한 얼굴, 근엄하게 학업에 정진
하시던 형의 모습, 
해마다 봄이 올 때마다,  세월의 연륜이 한 겁 두 겹 두터워질수록
형의 모습이 더욱 그리워집니다.
나라가 어수선해지고,  또 어려워질수록 형의 순수한 의기와 열정이
더욱 절실해집니다.
형의 숭고한 희생으로 이제 우리 조국에 민주주의의 꽃망울은 만개하였으나
아직도 민족의 자존을 확보하기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하늘나라에 계신 형의 영령이시여!
해마다 형이 떠난 빈자리를 슬퍼만 할 수 없는,  여기 살아남은
우리들은 다시 한 번 형의 유지를 되새기며 마음속 깊은 결심을 다지렵니다.
하실 일 다 못 맺으시고 말없이 가신 형의 마지막 끝맺음을
살아 있는 저희들의 몫으로 떠안으렵니다.


6·3 학생운동이 전개된 지  34년이 지난 오늘날,  우리들은 역사적 발전을
계승하며 우리 사회의 개혁 주도세력으로 정치 개혁을 비롯한
사회·경제·문화 개혁의 무거운 역사적 사명을 통감하고 있습니다.
선진 조국과 남북통일을 앞당겨 달성하는 데 각자가 자기 위치에서

새로운 역할을 담당함으로써 6.3 세대의 시대적 사명인
조국의 민주주의, 민족자주, 평화통일을 구현하는 선봉세력이 되겠습니다.

 

언제나 우리들의 가슴속에 영원히 살아 계신 형이시여!
이제 우리들의 역할을 기대하며 편히 잠드소서.

 

1998년  6월 3일
6·3학생운동 34주년 기념식에서
6·3동지회 회원 일동